사찰음식 탐하는 시간…번뇌는 별빛이어라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웰빙이 트렌드라더니 언제부턴가 ‘사찰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사찰음식점이 생겨났고, 관련 서적도 다수 출간됐다. 조계종에서는 사찰음식을 통해 세계에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는 사업을 하고 있고, 학회의 세미나 주제로도 다뤄졌다. 이번 부처님오신날(25일)을 맞아서도 여기저기서 사찰음식 마케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사찰음식도 하나의 산업인 것이다.

힐링과 건강에 최고인 사찰음식. 사찰음식 공부를 좀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은 시기다.

산재스님이 사찰음식 요리교실에서 수강생들에게 요리를 강의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몸을 지탱할 정도만 먹으라 vs 건강식

사찰음식의 이같은 인기는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분명 배치된다.

불교에서는 식욕(食慾)을 색욕(色慾), 재물욕, 명예욕, 수면욕과 함께 벗어나야할 다섯가지 욕망으로 가르친다. 부처님의 유언을 기록해놓은 경전인 ‘불유교경(佛遺敎經)’에도 이렇게 씌여 있다. “겨우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정도로만 기갈을 면하라.”

그런 면에서 보면 사찰음식은 음식의 한 종류라기 보다는 수행의 한 방식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사찰음식을 건강에 좋은 식도락거리로만 삼는 중생들의 모습은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철학의 진의는 저버린 채 표피에만 천착하는 것으로 보일테지만, 어쩌랴. 욕망이 발전의 동력이라 보는 가치관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부처의 가르침 역시 욕망으로 대상으로 소비될 수 밖에 없는 것을…

이 욕망의 끝에 고통스러운 윤회의 사슬이 또 한 차례 이어지더라도, 중생은 기꺼이 먹는다. 사찰음식의 질박한 이미지를 심리적 조미료로 삼아 말이다.

호박, 나물, 오이 등을 활용해 만든 사찰음식.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 먹는 것까지 모두가 수행

불교가 세계적인 종교인 만큼, 나라마다 사찰음식 역시 다른 특색을 가진다. 태국,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탁발한 음식으로 공양을 하는 소승불교 문화권에서는 사찰음식이 발달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은 나라마다 사찰마다 고유한 음식 문화가 발달해 있다.

한국의 사찰음식은 사찰이나 지역에 따라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고기와 오신채(五辛菜)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신채는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를 이르는데, 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맛이 특징이어서 마음을 탁하게 만들어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육식 역시 불살생의 계율에 따라 금지된다.

반면 제철 나물이 주로 활용된다. 이는 사찰들이 주로 산 속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또 신선한 채소를 얻기 어려운 겨울 때문에 저장식품이 발달한 것도 한국 사찰 음식의 특색이다.

사찰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일도 수행의 연장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조리법도 남다르다. ‘여법의 원칙’이라고 해서 양념을 할 때 단 것, 짠 것, 식초, 장류 등을 적은 양으로 넣어 맛을 살리는 조리법이 만들어졌다. 마음가짐도 중요해 쌀뜨물도 죽을 쒀 먹을 정도로 음식 재료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발우공양(스님들이 평소에 식사하는 것)과 음식이 만들어지기 까지의 과정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고찰해야 하고, 맛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건강을 유지할 정도의 적당량만 먹어야 한다. 음식을 남겨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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