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
80년대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구분됐던 한반도는 이제 봄, 가을이 짧아져 사실상 우기와 건기로 구분하는 것이 더 적합해 보인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도 봄에 날씨가 풀리지 않고 추울 때 쓰던 말이지만, 이제는 봄이 오는가 싶으면 바로 여름이 되는 기후변화를 일컬음직하다.
그래도 무더운 여름은 시원한 과일과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무더운 여름 밤 모깃불을 피워 놓고 평상에 둘러 앉아 냇가에 넣어뒀던 수박을 쪼개 먹는 재미는 아련한 추억이 됐지만, 도심에서도 온가족이 모여앉아 과일을 나눠 먹으며 잠시라도 얘기할 수 있는 여유는 하루중 언제나 기다려진다.
여름 과일은 주로 수박, 참외, 토마토, 포도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수많은 종류의 과일을 즐겨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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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은 또 한과(寒瓜)라고 불리며 그 찬 성질을 강조해 위가 약한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체질의학에서 소양인에 좋다.
반면 평소 소화가 잘되지 않고 몸이 찬 편인 소음인 체질은 소량 섭취하되 너무 차지 않게 보관해 섭취하는 것이 설사ㆍ복통 등 찬 음식 섭취 시 발생하기 쉬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소음인의 경우 생냉지물(生冷之物) 즉, 찬 것과 익히지 않은 음식물을 피하기를 권하고 있는데 냉장고에 보관돼 온도도 찰 뿐더러 그 성질도 찬 수박을 과량 섭취하는 것은 주의해야 하며 칼로리는 높지 않은 편이나 GI지수(혈당지수, Glycemic index)가 높으니 섭취 시 고려해야한다.
▶참외, 과잉 섭취에 주의=참외는 첨과(甛瓜)라 해 이름에서부터 달콤함을 의미하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그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면서 독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독이란 두 가지 정도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한 가지는 모든 종자류는 번식과 종자 보존을 위한 자기보호 기전(메카니즘)을 갖고 있다. 종자를 섭취하면 구토 또는 설사를 일으키게 해 학습효과로 인한 종족 보호를 했고 이를 통한 영역 확대도 꾀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똥참외는 참외를 과량 먹은 후 복통으로 인해 급히 배변해 변 속의 씨앗이 다시 참외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또 동물들이 이런 좋지 않은 기억을 학습함으로써 종자를 포식자로부터 보호하는 이중적 방어기전을 갖는 것이다.
간혹 한의학에서 본초에 독이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유독하다는 의미도 물론 있지만 신용(愼用), 즉 신중히 고려해서 사용 할 것을 경고하는 의미이기도하다.
용량의 제한 없이 복용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다.
▶토마토, 익히거나 익히지 않거나=토마토는 번가(番茄)라고 해 문헌에는 진액을 생성하고 갈증을 풀며 건위하고 소화를 촉진한다고 돼 있다.
달여서 복용하거나 신선한 것을 그대로 복용한다고 돼 있어 익히거나 익히지 않거나 건강에 유익하다는 설명이다.
소스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약간의 기름을 두르고 익혀 먹는 것도 좋다. 익혔을 경우 영양성분의 흡수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분 및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체중조절에 좋은 토마토를 잘라 그 위에 설탕을 듬뿍 뿌려 먹고, 마지막 남은 달달한 즙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이럴 경우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토마토는 열을 가해 섭취하면 영양소 흡수율이 높아진다고 하니 스파게티 소스나 스프의 형태로 섭취해도 손색없는 식품이다.
▶언제 먹을 것인가=통상의 경우 식사 직후에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다이어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식사로 인해 혈당이 올라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당분인 과일을 섭취하면 잉여의 혈당은 체내에 저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간에 간식의 의미로 섭취하는 것이 체중에 민감한 사람들에겐 더 나을 수 있다.
공복에 찬 과일을 많이 먹는 것 또한 피하는 것이 좋은데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식후 섭취할 때는 식사 직후보다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섭취하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취침 직전엔 피하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 ‘위중불화(胃中不和)면 불면(不眠)’이라 해서 소화가 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음을 경고하고 있다.
▶어떻게 즐길 것인가=냉장고의 대형화에 따라 과일을 모두 차게 냉장해 섭취하는 경향이 있는데 권장할 만한 방식은 아니다.
과일은 소량 구매해 신선한 상태에서 바로 소비하는 것이 좋다. 냉장을 해 보관하더라도 상온에 어느 정도 노출시켜 너무 차지 않은 정도의 온도에서 먹는 방법을 권한다.
평소 몸이 찬 편이고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이 주의해야 할 음식이 생냉지물인데, 차가운 과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소화력이 약한 사람은 즙이나 갈아서 섭취하는 방법도 권할 수도 있지만 근래 이어지는 보고서나 논문에 의하면 과일은 자연 상태 그대로 될 수 있으면 껍질 채 통으로 먹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섭취하는 양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식사 대용이 될 만큼 섭취하는 것은 체중조절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여름철 과일은 체액 손실에 따른 수분 부족과 그와 함께 일어날 수 있는 영양 부족을 채워주는 아주 중요한 음식물인데, 되도록이면 자연 그대로의 형태로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