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명셰프 김대천, 그가 ‘캐주얼 다이닝’을 말하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몸에 꼭 맞는 수트, 날씬한 구두, 빈틈없이 멘 넥타이. 잘 입은 정장 한 벌이 발산하는 ‘멋’은 숨이 막힐 정도다. 배에 힘을 주고 목을 조이는 답답함은 멋을 위해 오롯이 본인이 감당해야하는 몫이다. 파인다이닝을 잘 차려입은 정장 한벌 쯤으로 표현한다면 ‘캐주얼 다이닝’은 힘을 뺀 캐주얼 정장 쯤이 될테다.

넥타이를 슬쩍 풀고 구두 대신 깔끔한 스니커즈를 신었다. 각진 수트는 넉넉한 자켓으로 대신했다. 숨 막히는 멋을 일부 포기한 댓가는 더 없이 편하다. 입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옷이 갖고 있는 본연의 역할에 더 잘 맞는 것은 각진 수트보다 캐주얼 쪽이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캐주얼 다이닝 ‘톡톡(Toc toc)’을 운영하는 김대천 셰프(37)에게 캐주얼 다이닝이란 수식은 특별하다. “캐주얼 다이닝이란 말을 쓴 것은 제가 최초일 거에요”. 

국내 1호 캐주얼 다이닝 ‘톡톡’을 운영하는 김대천 셰프. ‘재료’에서 음식의 목표점을 찾는 그는 ‘힘을 뺀 다이닝’을 주창하는 이다. 6개월간 죽어라고 일하고, 6개월간 여행다니는 게 꿈이라는 그에게선 음식 명장의 모습이 선명하게 노출된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톡톡의 인테리어는 심플하다. 군더더기 없이 테이블과 의자들이 나름의 방향으로 배열돼 있는 것이 전부다. 키친과 식탁, 요리를 하고 요리를 먹기 위해 필요한 것들만 갖춰진 공간에는 고객들이 편하게 한 그릇의 접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그의 노력이 담겨있다. 섬세한 인테리어와 조명, 각을 맞춰 배열한 테이블 셋팅, 철저한 서비스로 대변되는 파인다이닝과 비교하자면 “힘을 뺀 파인 다이닝”이란 것이 그가 정의하는 ‘캐주얼 다이닝’이다. ‘톡톡(Toc toc)’의 문을 ‘톡톡’ 두드리는 순간 김 셰프만의 철학이 담긴 새로운 미각의 세계가 열린다.

톡톡에는 장르가 없다. 없다기 보다 장르를 특정하기 힘들다.

“형식이나 장르에 구애받지 않아요. 일식풍의 요리를 만들기도 하고 이탈리안 요리를 선보이기도 해요. 그때그때 식재료에 따라서 거기에 맞는 조리법을 사용하는 거죠.”

톡톡이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다이닝의 성격을 갖게 된 것은 김 셰프가 요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그는 드러머였다. “드럼을 배우려고 일본에 갔어요. 하지만 음악계는 성공하기 힘든 곳이라는 생각에 다른 길을 찾게 됐죠.”

평소에 슈퍼에서 장을 보는 것이 취미일 만큼 요리를 좋아했다. 좋아하는 요리를 직업으로 삼으면 굶어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경요리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게 됐어요. 알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알고 터득해야하는 성격이라 일식으로 시작해 서양식, 중식으로 배움을 넓히고 빵은 독학으로 배웠어요.”

정의하자면 ‘톡톡’이 소개하는 메뉴들은 ‘다국적 창작 메뉴’ 정도로 이름붙일 수 있겠다. 접시나 커트러리에 신경을 쓰기보다 재료를 연구, 동서양 그리고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독특한 요리를 한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제주도산 존도리를 카다이프라는 얇은 면에 돌돌 말아 튀겼고, 블랙 트러플 카푸치노 폼을 얹은 구운 관자 요리를 선보인 적도 있다.

파인 다이닝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그 이상의 요리를 내놓는 것, 오늘날의 톡톡이 국내 1호 캐주얼 다이닝으로 자리잡기까지 그가 고수해온 원칙이 있다. 바로 ‘재료’다. 산지 직송, 유기농 재료 등을 망라하며 재료에 아낌없이 정성을 쏟는다는 것은 톡톡의 단골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김 셰프의 요리는 재료를 고르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고기 못잖게 비싼 채소도 과감하게 고르는 편이에요. 그 철에 제일 맛이 좋은 재료들을 쓰면 많이 조리하지 않아도 요리가 제 맛을 냅니다.” 


채소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그럴듯한 한 상에는 무릇 고기가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그는 맛있는 요리의 중심에는 ‘채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요리의 밸런스는 채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선한 채소들이 베이스를 잘 받쳐주고 있어야지 전체적으로 맛있고 영양가 있는 요리가 완성돼요.”

꼼꼼하게 재료를 고르고 그 재료에 맞게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온 그의 노력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단골들이다. “일주일에 한두번씩 빠지지 않고 식사를 하러 오는 손님이 계세요. 처음에 우리 가게에 오셨을 때는 몸이 좋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건강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여행을 좋아한다고 했다. 일상의 팍팍함, 고단함보다는 즐기면서 사는, 자유로운 영혼이 풍기는 힘있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요리는 얼마나 다양한 음식을 먹어봤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파리, 뉴욕, 시카고, 도쿄, 마카오, 홍콩의 미슐랭 레스토랑 70~80군데를 순례하기도 했다. 거창한 대답을 기대했던 것일까. 본인의 목표에 대해서 묻자 “50살이 될때까지 50억원을 벌겠다”는 오히려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돈을 모아서 서울에 건물을 살겁니다. 2, 3층은 제가 쓰고 1층에는 곰탕집을 열어서 1년에 6개월만 영업하고 나머지 6개월은 여행을 다니는 게 제 삶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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