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이 ‘건강’해졌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중식은 기름지다. 볶고 튀기는 중국요리를 기름을 빼고 논하기는 불가능했다. 기름진 요리에 대한 생각은 ‘몸에 나쁘다’로 정리된다. 그래서 우리가 도달하는 결론은 ‘중식은 몸에 나쁘다’다. 가령 고기를 튀긴 중식요리의 경우 상상하기 힘든 콜레스테롤의 벽에 먹기에 부담스럽다. 미각을 혼란시키는 짙은 소스 맛과 수없이 들어가는 재료들이 만들어내는 풍성한 한 접시는 입이 즐겁기 위한 선택일지 언정 건강을 위한 선택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몸에 나쁘다는 편견에 둘러쌓인 중식은 때로 억울하다. 넓은 대륙이 키워낸 풍부한 식재료들은 단순히 조리법 하나만으로 몸에 나쁜 요리로 치부되는 것이 아쉽다. 하나 더. 넓은 땅과 수 많은 인구 만큼이나 이들이 즐기는 요리의 조리법도 다양하다. 단순히 기름을 사용한 ‘리치(Rich)’한 요리들은 중식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웰빙, 힐빙 트렌드 속에서 건강식을 향해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에게 중식은 당당히 ‘건강식’이라는 타이틀을 들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여름을 맞아 허해지는 몸에 원기를 채워줄 각종 보양식부터 시작해 재료의 영양과 맛을 한껏 살린 ‘오일프리’ 요리들이 짜장면, 탕수육의 그늘을 벗어나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통 중국음식 요리.


▶중식은 웰빙식이다?

중식이 건강하다는 ‘주장’에 대한 기사를 풀어내기로 하면서 잠깐 주춤했다.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면 식곤증 이상으로 잠을 이기지 못했던 평소 경험 탓이었다. 기름과 밀가루가 만들어 낸 더부룩함은 덤이다. 기대이상으로 중식에 대한 편견은 높았고, 그것은 몸이 말해주고 있었다.

짬뽕과 짜장면, 탕수육 등에 갇혀있던 중식이 유행이 된 것은 ‘쿡방(요리 프로그램)’의 역할이 컸다. 중식 요리의 대가라 불리는 43년 경력의 셰프가 예능에 출연하면서 힘을 얻은 중식 트렌드는 각종 프로그램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중식 요리를 조명하면서 더욱 불이 붙었다. 덕분에 대중은 중식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됐다. 우리가 알고 있던 중식은 정말 중국요리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쿡방으로 주목받은 중식은 여름 시즌에 맞춰 몸에 좋은 ‘중국 보양식’으로 ‘중식은 몸에 나쁘다’는 편견을 깨트리고 있다. 몸에 좋은 고급 식재료와 건강한 조리법으로 무장한 중국 보양식은 이른바 ‘웰빙식’으로서 재정이되는 모양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고가의 희귀 식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고급 중식 요리의 경우 건강한 오일-프리 조리법이 많아 ‘중식은 기름지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상당히 웰빙식”이라며 “일식과 양식을 뛰어 넘어 가장 높은 가격대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중국 보양식을 꼽자면 불도장, 전가복, 북경오리를 빼놓을 수 없다. 불도장(佛跳墻)은 고행(苦行)을 하고 있는 기인(奇人)들도 이 음식의 향을 맡으면, 참을 수가 없어 담장을 뛰어 넘어 올 것이다‘ 라는 뜻에서 유래한 대표적인 보양 음식이다. 해삼과 전복, 인삼, 송이, 죽순, 구기자 등 약재로도 사용하는 각종 건강식 재료와 한약재를 항아리에 끓인 후 한 그릇에 담아낸다. 오랜시간 육수를 끓여내 국물에도 각종 영양이 가득하다.

‘온가족이 다 모이니 행복하고 즐겁다’는 뜻의 전가복은 가정에서도 따라할 수 있는 중국식 보양식 메뉴 중 하나이다. 전복과 말린 해삼, 갑오징어 등 제철 해산물과 야채를 곁들여서 먹는 음식이다. 본디 해물요리로만 아려진 것과 달리 원래는 하늘을 나는 것, 땅 위에 있는 것, 물속에 사는 것, 산속에서 자라는 것 중 좋은 재료만 엄선해서 만드는 요리로 알려져 있다.

북경오리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건강한 지방이 풍부한 오리를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더 플라자의 도원에서는 화덕에서 겉면을 기름에 튀겨내는 대신 참나무 숯으로 오랜 시간 구워내는 절차를 거친 후 뜨거운 돌의 열기로 조리하는 편의방 방식으로 북경오리를 2번 구워내고 있다. 겉면은 바삭하고 육즙은 그대로 살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살려내고 있다.

▶중식의 ‘신분상승’

중식의 패러다임 변화는 기름 사용을 최소화하는데서 시작하고 있다. 출발은 특급호텔가다. 볶고 튀기는 조리법 대신 찌고 굽는 조리법을 선택, 살찔걱정, 콜레스테롤 걱정 등 중식을 먹을 때 드는 온갖 ‘걱정’들을 한번에 해결해준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중식당 홍연은 최근 1년 사이 육류 중심의 요리 대신 해산물, 야채, 두부 요리를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다. 두부는 직접 만들고 있다. 또한 서울신라호텔 ‘팔선’은 ‘3저(低) 1고(高)’라는 저염, 저당, 저콜레스테롤, 고단백의 조리 원칙으로 건강한 중식을 제공하고 있다. 기름 사용을 줄이고 전복, 해삼 등과 같은 보양식 재료를 이용한 찜, 탕 위주의 요리법과 메뉴를 많이 사용한다.

롯데호텔서울은 재료에 집중했다. 최상의 식재료 확보를 최우선으로 정하고 건해삼, 상어 지느러미, 제비집, 상하이 털게, 상어 연골, 생선 부레 등 진귀한 식재료를 확보해 메뉴화하고 있다. 40년 역사의 호텔 더 플라자 역시 정통 중국 조리법에 현대식 웰빙트렌드를 가미, 건강한 중식의 콘셉트에 마즌 각종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다. 기름으로 튀기고 볶는 조리법 대신 냉채, 구이, 찜 요리, 조림 등 건강한 오일-프리 조리법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전히 외부에서 먹는 중식에 대한 불신이 있다면 직접 집에서 중식 요리에 도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 실제로 최근 중식 요리가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춘장과 굴소스 등 중국식 식재료들의 판매가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가정에서 중식의 맛을 좌우하는 불맛을 내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더 플라자 도원의 츄성뤄 수석 셰프는 “중식의 기본은 불맛이라고 흔히 말한다”며 “가정에서는 업장에서 사용하는 화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불맛을 내기 위해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온도를 다음 간장 반 큰술을 넣은 후 식재료를 조리하면 중식의 불맛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