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먹고 있으면 뺏어서라도 먹어라…초복엔 더욱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돼지고기는 누가 사주면 먹고, 닭고기는 내 돈으로 먹고, 오리고기는 누가 먹고 있으면 뺏어서라도 먹어라.”

서울에 올라와서 10년이 넘도록 자취한 기자에게 어머니는 통화할 때마다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귓전에 쇄도하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목록을 듣고 있노라면, 어디다 따로 적어놓은 쪽지가 있지는 않나 싶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장황한 부분은 먹을거리에 대한 것이다. 아침에 탄수화물을 챙겨 먹으면 머리가 잘 돌아간다더라, 유산균 제품을 먹으면 장이 건강해져 피부도 좋아진다더라, 토마토와 블루베리에 항산화 물질이 많다더라….

어디서 그 많은 건강 상식을 들으셨는지 쏟아내는 이야기가 끝도 없다. 그 중 한가지가 바로 오리고기를 많이 먹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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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맞이 보양식으로 그만

오리고기는 육류 중에서는 유일하게 알칼리성 식품으로 불포화 지방산의 함량이 쇠고기, 돼지고기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포화 지방산은 세포막을 부드럽게 해주고 영양소 전달을 원활히 해 건강한 세포를 만들어주고, 혈액을 맑게 해 영양과 산소를 공급해 준다. 많은 양을 섭취한다 해도 지방 과다 축적으로 생겨날 수 있는 동맥경화, 고혈압 등의 성인병에 걸릴 염려가 없는 것이다. 또 칼슘, 철, 비타민이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혈관을 맑게 해주는 ‘레시틴’ 성분의 함량이 높다.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에서도 순환기 질환에 효과가 있고, 허약체질, 위장질환 등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기술할 정도다. 특히 오리알은 오리고기보다 불포화 지방산의 함유량이 높아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다.

저지방, 고단백이기 때문에 체력 보충이 필요한 수험생 뿐만 아니라, 다량의 콜라겐을 함유하고 있어 피부에 예민한 여성에게도 좋고, 칼슘과 칼륨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들에게도 좋다.

다만 오리고기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한방에서는 몸이 찬 소음인 체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조언하고 있다. 체질이 허약하고, 손발이 차며 설사를 하는 사람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 하지만 열이 많은 소양인과는 궁합에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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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건 알아 가지고… 매출도 훌쩍

하지만 오리 소비량 증가는 지지부진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오리소비량은 1997년 0.9kg에서 2007년 1.53kg으로 10년동안 0.6kg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후 2009년 2.11kg, 2011년 3.13kg, 2012년 3.4kg으로 늘어나는가 싶더니, 2013년에는 3.2kg으로 오히려 줄었고, 2014년에는 AI(조류독감)가 유행하며 1.9kg으로 뚝 떨어졌다. 1인당 닭 소비량이 2000년 6.9kg에서 2013년 11.5kg, 2014년 12.45kg으로 매년 증가세를 유지해 온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증가세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오리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해, 최근 5년(2011~201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매출이 각각 11.1%, 10.2% 증가하고, 한우 고기 판매는 5.3%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오리고기 가격이 저렴해진 것과도 연관이 있다. 올 들어 오리고기(3kgㆍ생체)는 공급량이 늘면서 도매가격이 전년동기대비 12% 내렸다. 같은 기간 한우(1㎏ㆍ지육ㆍ1등급 이상)와 돼지고기(1㎏ㆍ탕박ㆍ1등급 이상)의 도매가격은 각각 1.6%, 12.9% 올랐다. 오리는 생산성이 높아지며 국내 공급량이 늘어나는 반면, 한우와 돼지는 사육 두수가 줄어들며 공급량이 감소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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