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대체 감미료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감미료의 원조는 뭐니뭐니해도 설탕이다.
설탕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포도당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공급하는 에너지원이자 미각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감미료다. 뇌 활동을 증진시켜 기억을 돕고, 세로토닌 등 호르몬 분비 촉진으로 심리적 안정과 함께 집중력을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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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123RF]
▶설탕, 마호메트가 전파?=설탕은 기원 전 4세기경 인도에서 사용되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소 2400년 전부터 설탕이 감미료로 사용된 것이다. 설탕은 처음에는 매우 귀해서 왕과 일부 귀족들만 누릴 수 있었지만, 농사기술이 발전하면서 대중적인 감미료가 됐다.
설탕이 세계적으로 전파된 데에는 마호메트의 기여가 상당했다. 630년경 이슬람교를 세계에 전파하기 위한 성전을 진행하던 마호메트는 정복지 페르시아에서 사탕수수를 발견했는데, 이 사탕수수를 ‘페르시아 갈대’라 부르며 정복지마다 가지고 가서 심기 시작했다.
이후 710년 이집트를 정복하면서 고도로 발달한 이집트의 농업 기술과 화학지식 등을 통해 사탕수수의 재배, 세척, 결정화, 정제 등 설탕 생산에 필요한 과정들이 발달하게 됐다. 사탕수수는 이집트에서 북아프리카를 거쳐 755년에는 지중해 너머 스페인 남부까지 이동했고 이후 11~13세기 십자군전쟁 과정에서 아랍인들의 우수한 농경지식을 바탕으로 유럽 전역에 확산됐다.
설탕이 국내 역사 기록에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시대 명종 때 이인로의 ‘파안집’이다. 당시 설탕은 상류층에서 약용이나 기호식품으로 주로 사용됐다. 일본이 한반도를 점령하면서 설탕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1953년 제일제당이 설탕을 생산하면서 국내에 설탕이 본격적으로 유통됐다.
▶설탕, 위장병ㆍ설사ㆍ기침에 특효약?=설탕은 과거에는 약으로 쓰였다. 18세기 이전까지 유럽에서는 거의 모든 처방에 설탕이 함께 사용됐다. 기침과 열에 설탕물을 마시게 하고 기력 잃은 노인들에게 계피나 장미 향수를 넣은 설탕 시럽을 권했다.
위장병 치료나 지사제 대용으로도 사용했다. 심지어 흑사병과 관련된 처방에까지 사용돼 14세기 흑사병 관련 문헌에는 모두 설탕이 등장한다. 한국에서도 이질에 걸렸을 때 설탕물에 메밀가루를 타 마시고 복통이나 설사에 설탕물을 마시게 하는 민간요법이 있었다. 이는 단시간에 몸에 에너지를 공급해주고 뇌와 신경계를 활성화시켜주는 설탕의 특성때문이다.
▶설탕에는 유통기한이 없다?=설탕은 수분이 8% 이하로 세균 오염, 변질, 부패 등의 우려가 없는 안전한 식품이므로 식품위생법상에 유통기한 없이 판매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시간이 많이 지난 설탕이 딱딱하게 굳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설탕을 전자레인지로 약간 데워주면 된다.
▶설탕으로 딸꾹질을 멈추게 한다?=딸꾹질이 시작되면 앉은 자세에서 천천히 물을 마신 후 설탕 한 스푼을 혀에 올려 녹여 먹으면, 신경이 설탕의 단맛을 주는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느라 딸꾹질이 멈추게 된다. 이 민간요법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학 잡지 프리벤션(Prevention)에 소개되기도 했다.
▶설탕 찌꺼기로 술을 만든다?=모든 술은 당을 발효시켜 만들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럼(Rum)은 설탕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당밀을 열대의 고온에서 자연 발효시켜 만든 증류수로, 사탕수수의 생산지는 곧 럼의 생산지라고 할 수 있다. 위스키나 브랜드 등 다른 증류수에 비해 값이 싼 편이며, 약간의 불순물이 섞인 카리브해 산이 가장 인기가 많다.
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