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소나무 속살처럼 투명하고 붉은 주홍빛을 가져 소나무 물고기라는 뜻의 송어(松魚).
접시에 담겨진 송어회는 먹기조차 아까운 아름다운 꽃과 같다. 맛은 고소하고 담백하다. 부드럽게 씹히는 육질은 땅 위의 고기보다 부드럽다.
겨울철만 되면 ‘송어라 부르고 축제라 읽는다’고 할 정도로 송어 낚시, 송어 맨손 잡기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많이 열린다. 송어를 앞세운 행사는 곧장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겨울 축제로 자리잡을 정도다.
그런데 우리가 즐겨먹는 송어회는 십중팔구 ‘무지개 송어’다. 무지개 송어는 1960년대 미국에서 건너왔다. 1965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국립양식장에서 알 20만개를 들여와 국내 양식에 성공한 ‘북미산’ 송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송어의 사촌뻘이 있다. 바로 산천어다.
송어나 연어가 강과 바다를 도는 것과 달리 내륙 하천에 갇혀 육봉화(陸封化ㆍ정착)된 어류다. 생김새는 송어와 비슷하나 60㎝까지 자라는 송어와 달리 몸길이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물이 맑고 차가우며 물속 산소가 풍부한 1급수의 하천에 사는 산천어는 서식지의 수온이 2~3도인 매년 1월쯤 육질이 가장 쫄깃하고 맛도 담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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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는 귀족적 생김새에 걸맞게 역사적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중국에서는 신선이 즐겨먹었다고 전해지며 일본에서는 황실 진상품으로 쓰였고 대만에서도 보물물고기로 여겨졌다.
조선시대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는 시마연어(산천어)에 대해 “소나무 마디의 색과 비슷해서 ‘송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맛은 대단히 좋고 살이 많다”고 소개돼 있다.
이와 같이 산천어가 귀한 대접을 받은 까닭은 뭘까. 바로 산천어에 들어 있는 풍부한 영양소 때문이다.
강원대 식품생명공학부의 연구에 따르면 산천어에는 총 16종의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량 함유된 발린, 류신, 이소류신은 인체가 필요로 하는 전체 아미노산의 절반을 차지하며 근육의 원료가 돼 피로해소와 활력증진 및 신체회복 등을 돕는다고 한다.
또 산천어는 신체의 성장과 유지 및 생리적 과정의 정상적 기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지방산을 포함하고 있어 병후 회복기에 원기를 북돋워주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액순환과 두뇌발달, 심혈관계 질환예방 및 치료효과가 좋다.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성분인 비타민 CㆍE는 물론 어린이 성장발육에 좋은 비타민 A, B1, B2, D가 다량 함량돼 있는 것으로도 연구를 통해 검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