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한잔에 언 몸이 사르르
印 마실라차·濠 와틀치노·韓 숭늉차·
美데일리밀, 지구촌서 즐기는 겨울철 음료 17選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바깥 기온이 내려가면 찻 잔의 온도는 올라간다. 흘러간 옛 노랫말에도 나오듯 찻잔을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지고 온몸에 열기가 퍼져 소리없는 정이 흐른다’. 겨울에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은 추운 날씨에 차가워진 몸을 데울 뿐 아니라 달력의 마지막 장에 쓸쓸해진 마음까지 달래준다.
미국 식음료웹진 데일리밀은 호주부터 인도네시아까지 지구촌이 즐기는 겨울철 음료 17가지를 최근 소개했다. 5000년 전 아유르베다(인도 전통의학)에서 약으로 쓰인 차는 오늘날 ‘차이라떼’로 재탄생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지역의 전통 칵테일 ‘핫 토디(hot toddy)’도 본래 약용이었다. 전세계 17가지 겨울철 음료 중에선 한국의 숭늉차도 포함됐다.
이집트 샤홀라브
▶아시아태평양=겨울에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세계의 지붕 티벳. 티벳인들은 혹한의 날씨를 야크차를 마시며 견딘다. 홍차에 소금, 포차(pocha)로 불리우는 야크 버터를 넣어 만드는 야크차는 네팔 등 히말라야 고원 지역에서 10세기 무렵부터 마신 전통 음료다.
인도 등 서남아시아의 마살라 차는 오늘 날 ‘차이 라떼’의 원조 격이다. 우유에 향신료를 가미한 것인데, 인도에선 지역 마다 넣는 향신료도 다르고, 제조법도 다양하다. 전통 마살라 차는 향이 풍부하고 강하다. 계피, 카르다몸(생강과 향신료), 정향, 후추 등 혈액 순환을 돕는 각종 향신료가 들어가 있다. 바닐라, 육두구, 스타아니스 등을 넣기도한다. 인도 전역 기차역, 길거리 등에서 쉽게 맛볼 수 있다.
인도 마살라 차
일본은 이맘때 쿠즈유(갈탕ㆍ葛湯)를 마신다. 설탕을 탄 갈분 암죽으로 생강, 꿀 등을 곁들인다. 몸을 따뜻하게 해 감기 예방에도 좋다.
한국의 숭늉도 어엿한 차다. 데일리밀은 “무쇠 솥에 밥을 하면 바닥에 바삭하고 맛있는 껍질이 남는다”며 “여기에 물이나 차를 부으면 숭늉이 되며, 주로 식사 뒤에 마신다”고 소개했다.
한국 숭늉
호주에선 아카시아 일종인 와틀의 씨앗을 갈아 커피에 타서 먹는 와틀치노가 겨울철 음료로 인기다.
▶중동ㆍ아프리카=겨울에도 영상 10도 이상의 온화한 날씨를 유지하는 이집트에선 샤흘라브(sahlab)를 마신다. 샤흘라브는 보랏빛 꽃이 피는 난초 오르키스 마스큘라의 뿌리를 빻은 가루를 설탕과 함께 뜨거운 우유에 탄 것이다. 맨 위에는 계피 가루를 뿌린다. 점도가 있어 식감이 깊고 풍부하다. 그런가하면 모로코인들은 깔끔한 맛의 그린민트차를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며 수시로 마신다. 모로코 가정에선 손님에게 그린민트 차를 대접하는 게 기본 예의다. 이 차는 신선한 민트 잎, 녹차, 설탕을 넣어 여러 번 우려내 만든다. 첫 잔은 강하고 쓰지만, 두번째 잔부터 달콤하면서 상큼한 민트 향이 살아난다.
▶중남미=코스타리카인은 겨울에 아구아 둘체(agua dulce)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구아 둘체는 정제나 표백을 거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사탕수수를 뜨거운 물에 녹인 것이다. 우리말로 감로수(甘露水), 영어로는 ‘sweet water(단물)’이란 뜻이다. ‘옥수수의 나라’ 멕시코에선 아똘레(atole)가 대중적이다. 아똘레는 마사(masa)로 불리는 옥수수 반죽을 온수나 뜨거운 우유에 섞은 다음 설탕, 계피, 바닐라 등을 가미한다. 끈기가 있어 가벼운 수프처럼 먹기도 한다. 아똘레는 전통명절인 ‘죽은 자들의 날(Da de los Muertos)’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 즐긴다.
에콰도르의 콜라다(colada)는 마시는 오트밀로 아침 대용식이다. 흑설탕, 오렌지, 오트밀 가루를 물에 넣고 팔팔 끓인 뒤 체에 받혀 만든다.
볼리비아 아삐 모라도(Api Morado) 역시 옥수수를 주재료 한다. 아삐 모라도는 자색 옥수수와 파인애플에, 계피, 정향 등 향신료를 가미한다. 보라색 옥수수가 아닌 일반 노란 옥수수에 우유, 계피, 설탕을 넣은 아삐 블랑코(api blanco)도 있다. 둘 다 스푼으로 떠먹을 수 있을 만큼 점성이 있다.
▶유럽=네덜란드인들은 아이스스케팅을 한 뒤에는 아니스 우유(anijsmelk) 한잔으로 언 몸을 녹인다. 따뜻한 우유에 아니스씨, 설탕으로 단 맛을 낸 음료다. 아니스씨와 설탕을 섞어 각설탕처럼 사각 모양으로 만든 1회용 아니스가 19세기에 등장한 뒤에는 어디서나 뜨거운 우유만 있으면 간편하게 아니스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따뜻한 와인 뮬드 와인은 프랑스의 뱅쇼, 독일의 글루바인, 스웨덴의 글루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발달해 유럽에선 널리 애용된다. 레드와인에 레몬, 오렌지, 정향, 계피막대 등을 넣어 따뜻하게 데우는 뮬드 와인은 크리스마스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다. 혈액순환을 도와 감기에 걸렸을 때 마시기도 한다.
위스키에 레몬, 흑설탕, 꿀, 뜨거운 물 등을 섞어 만드는 핫 토디는 영국 스코틀랜드 전통 음료로, 원기 회복과 감기예방에 좋다. 프랑스의 쇼콜라 쇼는 큼직한 컵에 내놓는 진한 핫초코다. 겨울철에 마시는 쇼콜라 쇼는 동장군을 물리치는 강력한 항산화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