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쑥부쟁이의 무한도전-이규성 농촌진흥청 차장

쑥부쟁이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이 애틋한 꽃말에는 가슴 절절한 사연이 숨어 있다. 병든 아버지 대신 쑥을 캐러간 딸이 다친 사냥꾼을 구해주고, 이듬해 만남을 기약했지만 끝내 오지 않는 정인을 그리워하다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는 사연이다. 그 자리에 무성하게 자라난 나물을 보고 ‘쑥 캐러 다니는 불쟁이의 딸’ 즉, 쑥부쟁이라 이름 붙였다는 전설이다.

쑥부쟁이는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국화과 야생초다. 쌉싸름한 맛과 서늘한 성질을 지닌 쑥부쟁이는 감기나 편도선염, 천식 등 염증 완화 효능이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야생초 정도로만 여겨졌던 쑥부쟁이가 재조명을 받게 된 것은 지난 2012년 전남 구례군 지리산 나물 육성계획에 따라 전략나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쑥부쟁이의 매력에 푹 빠진 지리산나물 힐링협동조합 회원들이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봄철에만 나던 쑥부쟁이를 비닐하우스에서 1년 내내 수확할 수 있게 했다.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자 국수, 장아찌 등 가공식품 제조·판매로까지 영역을 넓혀 지역명물로 전국적인 명성도 얻었다.

민간요법에만 등장하던 쑥부쟁이가 신선한 변신을 거듭하며 최근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알레르기 질환을 완화시키는 대체 치료제로써 쑥부쟁이의 기능성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덕분이다. 미세먼지나 꽃가루로 인해 생기는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제인 항히스타민제, 면역억제제 등의 약물요법은 불가피하게 부작용도 따른다. 천연물 기능성 소재인 쑥부쟁이를 활용하면 이러한 부작용을 줄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도 있다.


농촌진흥청은 쑥부쟁이의 알레르기 유발 억제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실시한 결과, 쑥부쟁이 섭취군에서 알레르기 유발물질인 면역글로블린, 히스타민의 혈중 농도가 각각 55%, 74% 감소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쑥부쟁이의 아토피 피부염 개선효과도 만족할만했다. 알레르기 유발군은 피부조직에 심각한 염증증상을 보였으나, 쑥부쟁이 섭취군에서는 홍반, 피부건조, 짓무름 등의 증상이 40% 정도 완화됐다. 인체적용시험에서도 콧물, 코 가려움 등의 증상이 감소했다. 농진청은 이번 연구결과를 기초로 쑥부쟁이를 건강기능식품 소재로 활용해 국산 기능성소재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다.

올 봄, 구례 산수유마을 길목에 자리 잡은 ‘카페 쑥부쟁이’를 방문한 적이 있다. 쑥부쟁이 전도사 3인방이 의기투합해 체험장을 겸한 카페를 열고 직접 만든 빵과 음료, 우리밀 국수, 비누 등 쑥부쟁이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생소하기만 했던 쑥부쟁이의 재발견이자 생산, 가공·체험, 판매로 이어지는 6차산업의 본보기였다. 이번 알레르기 개선효과까지 새롭게 더해지면서 쑥부쟁이의 부가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볼수록’ 그 진가를 드러내는 쑥부쟁이의 무한도전을 지켜보며 우리 농업농촌을 이끌어가는 성장동력으로써의 농식품산업의 미래가 밝게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