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상추가 아니다…기능성 상추 ‘흑하랑’은 뭐가 다를까?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상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재배 역사가 길다. 기원전 4500년 경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도 작물로 기록됐고,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중요한 채소로 재배됐다. 우리나라에선 고려시대부터 즐겨 먹었다.

쌈채소의 대명사이자, 김치로도 담가먹는 등 활용도가 높은 상추는 100g당 18㎉로, 다른 엽채류에 비해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다. 비타민C가 19㎎, 식이섬유가 1.99g이 들어있다.

상추는 사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채소다. 상추의 줄기와 잎에서 나오는 우유빛 진액에 들어있는 락투신과 락투코피크라는 성분이 신경안정 작용을 해 수면을 유도한다. 다만 이 성분은 상추 특유의 쓴맛을 만든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엔 상추의 쓴맛을 없애는 등 품종 개량이 이어지며 상추 속 락투신 함량은 소량에 그치고 있다. 상추를 통해 숙면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양을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기능성 상추로 개발된 흑하랑은 다르다. 흑하랑 상추는 전남농업기술원에서 2011년부터 사라져 가는 우리 고유의 토종 종자를 수집해 시중 품종과 차별화를 위해 개발한 상추다. 기능성 성분을 분석한 후 함량이 높은 수집종에 대해서 순계분리하고 집단 선발, 고정화 과정을 거쳐 육성됐다..

일반 상추의 락투신 함량이 1g당 0.03㎎인데 반해, 흑하랑은 1g당 3.74㎎로 일반 상추(0.03㎎/g)보다 124배 이상 들어있다. 잎색이 흑적색으로 락투신 함량이 높아 쓴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상추를 통한 숙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주스 형태로 마시는 것도 효과적이다. 많은 양을 마실 수 있는 것은 물론 다른 재료와 어울러지면 흑하랑의 쓴맛이 중화된다. 흑하랑은 오렌지나 파인애플, 체리와 같은 상큼한 과일과도 잘 어우러진다. 이 과일들은 불면증과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는 트립토판 성분이 특히나 많다. 또한 마그네슘과 비타민C 함량도 풍부하다.

실제로 인제대학교 연구팀은 흑하랑과 과일을 배합한 주스의 효능을 알아보기 위해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흑하랑 주스를 섭취한 그룹은 주스 대신 생수를 섭취한 대조군보다 17일 후 혈중 세로토닌 농도가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으로부터 합성되는 신경전달물질로,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완화에 도움을 주며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또한 경북대학교 스포츠의학연구실에서 23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250㎖의 흑하랑 주스를 두 병 섭취한 집단이 대조군에 비해 입면 시간은 감소하고 총 수면 시간은 증가했다. 수면 중 반복적으로 깨어나 깊은 잠에 들지 못하는 수면 조각화 지수가 감소하고 수면의 효율은 높게 나타났다.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PSQI(피츠버그 수면 질 지수: 5점을 기준으로 5점 이하를 정상수면으로 분류) 역시 10.13에서 6.61로 감소돼 수면의 질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