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부드러우면서도 질리지 않는 담백함, 달콤한 시럽과도 잘 어울리는 맛은 우유를 넣은 카페라떼의 매력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유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귀리우유나 두유 등 다양한 식물성우유가 우유의 자리를 넘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식물성우유의 활용은 전 세계적인 비건(vegan, 달걀이나 유제품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 열풍 안에 있다. 이제 비건은 식품 트렌드에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확산될 정도로 피할수 없는 흐름이 됐다. 국내에서도 바람이 불기 시작한 비건 트렌드는 이제 커피전문점 문지방까지 넘어섰다. 커피와 단짝이던 우유의 견고한 위치는 이제 비건 라떼로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귀리우유를 이용한 ‘커피앳웍스’의 비건 라떼, ‘오트허니라떼’(좌)ㆍ ‘오틀리라떼’(우) [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
▶슈퍼푸드 귀리를 마신다…주목받는 ‘오트라떼’=비건 라떼 중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것은 귀리우유로 만든 ‘오트 라떼’이다. 귀리는 미국 매체 타임이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에 포함된 식품이지만 국내에서는 대중적인 요리에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귀리우유는 슈퍼푸드의 영양소를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녀 건강을 중요시여기는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세대)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SPC그룹 스페셜티커피 브랜드인 ‘커피앳웍스’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지난해 오트 라떼 2종인 ‘오틀리라떼’와 ‘오트허니라떼’를 출시했다. 소비자의 호응을 얻으며 출시 직후에는 라떼 전체 제품의 약 10%의 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가을 시즌음료로 출시됐으나 현재도 판매가 이어지고 있으며, 라떼 주문시 귀리우유로 변경이 가능한 옵션도 추가할 예정이다. 커피앳웍스 관계자는 “우유 대체제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상반기 내 순차적으로 귀리음료 변경( 300원) 옵션을 상시 메뉴보드틀 통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의 커피앳웍스 SPC스퀘어점에서 만난 이보은(36ㆍ여)씨는 “오트 라떼를 한 번 먹어보니 이후에도 자주 찾게된다“며 “더 많은 커피매장에서 주문이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자가 매장에서 먹어본 ‘오틀리라떼’는 우유보다 풍미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부드러운 맛이 강했다. 귀리우유에 꿀과 그래놀라가 더해진 ‘오트허니라떼’는 달콤함과 귀리곡물이 조화를 이루며 풍부한 맛을 냈다. 이 곳에서 근무중인 커피앳웍스 바리스타는 “유당불내증때문에 라떼를 못드시던 고객들이 오트라떼를 맛보신 후 긍정적인 반응을 주신다”고 전했다.
아몬드우유를 활용한 미국 스타벅스 메뉴 ‘아몬드 콜드부르’ [사진=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
투썸플레이스의 에스프레소 특화매장인 ‘TSP737’에서도 오트 라떼를 판매중이다. 아예 ‘비건’이라는 명칭까지 붙여 ‘비건 오트라떼’로 내세웠다. 투썸플레이스 일반 매장에서도 지난해 겨울시즌 음료로 출시됐던 ‘카페 오트라떼’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몬드우유도 빠질 수 없다.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식물성우유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제품은 아몬드우유로 전체 시장의 64%에 달한다. 김민정 캘리포니아아몬드협회 한국지사 이사는 “전 세계적으로 건강한 식재료와 비건 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과 식음료 브랜드에서 아몬드 음료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라며 “탄수화물 및 지방 함량이 낮고, 소화가 쉬우며 비타민 E가 풍부해 특히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미국 내 스타벅스에서는 아몬드우유 변경 옵션이 가능하며, ‘아몬드 콜드부르’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두유의 경우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우유대체품으로, 주요 커피전문점에서는 가맹점 자율에 따라 변경 옵션이 가능하다.
[123rf] |
▶ ‘맛과 영양소’ 따라 라떼도 선택한다=비건 라떼는 우선 우유를 마시지 않는 이들에게 환영을 받는다. 다이어트를 하거나 유당불내증이 있는 경우, 또는 비건이 그 대상이다. 특히 유당이 없어 소화 부담이 없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식이섬유를 비롯해 풍부한 영양소도 한 몫을 한다. 아몬드우유나 두유는 단백질 함량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라떼의 맛이 다양해진다는 점도 재미있다. 일반적으로 아몬드우유와 두유는 커피에 고소한 맛을 살려주며, 쌀 우유는 일반 라떼보다 연한 맛이다.
무엇보다 비건 라떼는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색다른 경험을 즐기는 밀레니얼세대에게 기존에 없던 라떼의 등장은 흥미로운 포인트다. 최근에는 코코넛밀크나 퀴노아밀크, 햄프밀크, 완두콩밀크 등 식물성우유의 개발도 활발하다. 파스쿠치 관계자는 “신제품 개발시, 여러가지 우유 베이스를 시도하면서 고객 반응을 알아보고 있으며, 앞으로 다양한 라떼 메뉴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규동 한국커피학회 사무국장은 “비건 라떼는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비건 푸드의 특성을 잘 살려낸다면 앞으로 훌륭한 메뉴들이 새롭게 선보여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