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요리연구가 백종원에게 ‘만능 소스’가 있다면 채소계에는 ‘만능 채소’가 있다. 바로 푸른잎 채소의 대표주자인 시금치다. 시금치는 각종 질환예방에 좋은 식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비타민이 풍부해 면역력 향상이나 피로회복은 물론, 혈액순환을 도와 심장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주며 칼슘 함량이 높아 뼈 건강에도 좋다. 게다가 항암 효능까지 주목받고 있는 진정한 슈퍼푸드다. 심지어 최근 대세로 떠오른 루테인까지 풍부해 눈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도 언급된다. 이쯤되면 ‘만능’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다행히 한국인은 시금치를 나물반찬을 통해 친숙하면서도 쉽게 접한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치는 조리법은 시금치 특유의 쓴 맛까지 줄어들게 한다. 하지만 눈 건강을 위해 시금치를 섭취한다면 이러한 조리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가열 없이 착즙주스나 스무디 형태로 먹는 것이 루테인 섭취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이다. 이는 학술저널 ‘식품화학지’(Food Chemistry) 최신호에 게재된 스웨덴 린셰핑대학의 레나 요나손 교수 연구팀의 연구이다.
항산화물질인 루테인은 식물이 가지는 천연 지용성 색소로, 시금치처럼 짙은 녹색채소에 많이 들어있다. 눈 건강에 이로운 성분으로 알려지면서 최근들어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성분이다. 레나 요나손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루테인을 가장 효과적으로 섭취하는 방법을 알아내고자 조리방법 및 온도, 가열시간을 달리한 실험을 진행했다. 튀기기, 끓이기, 찌기, 샐러드 등 다양한 조리방법에 따라 시간대별로 각각의 루테인 수치를 측정한 결과, 루테인은 가열시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 가열할수록 시금치에 함유된 루테인 수치는 점점 감소된 것이다. 예를 들어 시금치를 4분간 끓였을 때 루테인 함량은 40%이었으나 90분 후에는 90%까지 줄어들었다. 2분간 튀겼을 때는 루테인 함량이 60% 이상, 4분간 쪘을 때는 50% 가량의 루테인이 줄었다. 연구진은 “시금치에 열을 가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섭취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리방법 또한 중요했다. 고온에서 시금치를 튀긴 경우, 불과 2분만에 루테인의 상당부분이 파괴됐다. 또한 전자레인지에서도 시금치를 오랜 시간 가열할수록 루테인의 손실 정도가 높아졌다. 또한 연구진은 시금치를 작은 조각으로 나누면 잎에서 더 많은 양의 루테인이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샐러드나 샌드위치에 이용할 때에는 잘게 썰어서 넣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앞서 요나손 교수팀은 루테인이 면역세포 내부에 축적될 수 있음을 연구한 바 있다. 연구논문에서 요나손 교수팀은 루테인 섭취량을 늘리면 체내에 축적된 루테인이 면역세포 내부에서 염증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나손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눈 건강과 면역세포에도 영향을 미치는 루테인은 가열할수록 파괴된다. 따라서 시금치는 가급적 가열을 피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샐러드에 넣어 먹거나 간편하게 착즙주스로 먹는 방법도 좋다. 다만 착즙주스중에서도 가열ㆍ비가열 방식이 나뉘기 때문에 영양소 손실을 낮추기 위해서는 비가열인 콜드프레스(Cold-Pressed) 방식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한국식품영양학회지에 실린 연구(2017)에 따르면 고속 블렌더를 사용한 주스는 올라간 온도의 영향을 받아 영양소가 손실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