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ㆍ오미자ㆍ알밤…자연재료 수제맥주

[리얼푸드=민상식 기자]수제맥주 시장이 커지면서 보리 대신 쌀, 과일을 이용해 맥주를 만드는 등 다양한 부재료를 사용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외국산 맥아 대신 우리 품종 쌀을 30∼40% 넣은 쌀맥주를 최근 개발해 출시했다. 쌀은 가루로 만들기 쉽고 발효도 잘 되는 게 특징이다. 또 제조 과정에서 쌀의 당화를 돕는 액화 과정을 통해 고유의 향을 더해 일반 맥주보다 쓴 맛이 덜하다.

일반 쌀보다 식이섬유 함량이 6배 많은 ‘도담쌀’ 30%를 넣은 쌀 맥주는 세계 3대 맥주 어워즈 중 하나인 ‘호주 국제 맥주 품평회’에서 올해 은메달을 받으며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도 높였다.


당화가 용이하고 알코올 수율이 높은 ‘설갱쌀’ 40%를 넣어 만든 쌀맥주는 이달 출시된다. 설갱쌀 맥주는 선호도 조사 결과 풍미가 깊고 부드러우며 깔끔해 가장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설갱쌀은 외관이 뽀얀 게 찹쌀처럼 보이는 멥쌀이다. 쌀 내부에 미세한 구멍이 많은 성긴 구조여서 알코올 수율이 높다.

농진청 관계자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서 연간 소비되는 외국산 맥아는 약 5000톤(t)에 이른다”면서 “이를 우리 쌀 40%로 대체해 쌀맥주를 만들 경우 쌀 소비가 연간 2000t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제 맥주는 어떤 맥아와 홉, 부재료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최근에는 쌀 외에도 복숭아나 오미자 등 자연 재료를 활용한 수제맥주도 나오고 있다. 주로 상처가 나거나 모양이 안 좋은 과일을 이용하는데, 맛과 향은 그대로라 수제맥주에 과일의 맛을 더하는 재료로 손색없다.

오미자 에일은 경북 문경을 대표하는 수제맥주다. 열매에서 신맛·단맛·매운맛·쓴맛·짠맛 다섯 가지 맛이 난다는 오미자를 부재료로 넣어 특유의 새콤한 향과 맛을 더했다. 


충남 공주시에는 이곳 특산품인 알밤을 추가한 수제맥주를 판매하는 양조장이 있다. 밤 맥주는 구운 알밤을 부재료로 넣은 브라운에일 종류다. 밤 맥주는 목넘김이 부드럽고, 군밤 특유의 달달한 향기가 나고 끝 맛이 깔끔하다는 평이다.

제주 유기농 감귤 껍질을 재료로 활용해 은은한 감귤향을 낸 에일맥주와 홉 대신 깻잎을 사용해 알싸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내는 맥주도 관심을 끌고 있다.


복숭아 맥주의 경우에는 팜하우스 에일의 한 종류로 맥주에 입한 은은한 복숭아 향이 특징이다. 복숭아 ‘하홍’ 품종의 수제 맥주 제조에 참여한 이해림 푸드 칼럼니스트는 “새콤한 향이 매력적인 하홍 품종으로 만든 맥주는 복숭아 향이 진하고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2년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가 도입 이후 최근 수제 맥주의 외부 유통이 허용되면서 수제맥주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 맥주시장은 매출액 기준 2013년 93억원에서 지난해 633억으로 약 7배 증가했다. 2023년 수제 맥주시장 규모는 1500억원으로 전망된다.

수제맥주 업계 관계자는 “맥주에 붙는 주류세가 제품의 양에 따라 매겨지는 종량세로 바뀌면서 수제맥주 가격 하락으로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더 다양한 재료로 수제맥주를 제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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