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마라 열풍’…해외선 ‘국산 참기름’ 뜬다

[리얼푸드=민상식 기자] 최근 중국 쓰촨 지방의 매운 향신료인 ‘마라’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마라는 산초나무 열매인 화자오와 마른고추를 기름에 넣고 몇달간 발효시킨 것이다. 한자로 마(麻)는 마비, 라(辣)는 맵다는 뜻으로 ‘얼얼한 매운 맛’을 의미한다.

마라 소스 [123rf]

마라탕은 마라와 채소·육류 등 각종 재료를 육수에 넣고 함께 끓여내는 음식이다. 그동안 특유의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렸지만, 최근에는 마라탕ㆍ마라샹궈 등 마라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인스타그램ㆍ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마라 관련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마덕’(마라 덕후), ‘마세권’(마라 음식점 근처), ‘혈중 마라 농도’(혈중 알코올 농도에 빗댄 말)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마라 만두와 볶음면, 마라족발 등 마라 소스를 활용한 간편식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편의점 CU(씨유)는 지난 3월 출시한 마라족발이 출시 한 달 반 만에 냉장 안주 부문에서 매출 1위에 올랐다고 21일 밝혔다.

족발을 매콤한 사천식 마라 소스에 버무린 이 제품은 인터넷상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장충동 머리고기나 미니족발 등 기존의 편의점 냉장 안주 인기 상품의 매출을 모두 제쳤다.

마라만두의 매출은 지난달보다 107.2%, 마라볶음면은 55.9%, 마라탕면은 50.3%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마라볶음면과 마라탕면의 매출 비중은 CU 냉장면 전체 매출의 38%를 차지할 정도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마라는 요즘 식품·외식업계에서 가장 뜨고 있는 식재료”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쿨리나 뎀시 매장 [쿠엔즈버킷 제공]

해외에서는 ‘저온 압착’ 방식으로 제조한 국산 참기름ㆍ들기름이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12년에 설립된 참기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쿠엔즈버킷’(queens bucket)의 참기름ㆍ들기름이 최근 싱가포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회사의 제품이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럭셔리 레스토랑 코모 뎀시(COMO Dempsey) 내 매장인 쿨리나 뎀시(Culina Dempsey)에 입점한 것이다.

이는 2017년 미국 뉴욕의 미슐랭 레스토랑과 홍콩의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시티슈퍼’에 진출한 이후 세번째 해외 진출이다.

쿨리나 뎀시는 재료를 직접 고를 수 있고 셰프가 즉석에서 조리도 해주는 그로서란트 매장으로, 고급 와인과 식재료들이 입점해 있다.

쿨리나 관계자는 “저온 압착을 통해 그 고유의 향과 맛이 다른 식재료를 압도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쿠엔즈버킷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쿠엔즈버킷은 국내산 참깨ㆍ들깨를 ‘저온압착’ 방식으로 착유하는 기업이다. 고온(통상 270℃ 이상)에서 깨를 볶고 기름을 짜내는 방식에서는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등 유해 성분이 생성되는 반면, 저온(145℃)에서 짜낸 기름은 건강하며, 특유의 탄내가 없어 다양한 요리에 활용이 가능하다.

또 정제 과정에서 제약필터를 사용해 각종 유해성분 등을 걸러내고, 미네랄 등 몸에 좋은 요소는 남기는 게 특징이다.

저온압착 참기름은 일반적인 짙은 갈색이 아닌 ‘옅은 노란 빛’이다. 맛도 일반 참기름과 다르게 계란 흰자를 삼킨 듯한 느낌이 든다는 평이다.

쿠엔즈버킷은 이번 싱가포르 진출을 계기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의 식재료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또 아마존이 인수한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드 마켓’에도 입점이 논의 중이라 향후 진출 국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가 갓 짜낸 기름을 병에 담고 있다. [윤병찬 기자/yoon4698@]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는 “지속적인 시장 확대를 통해 전 세계 식료품 시장에 올리브유에 필적할 향신료로서 한국 고유의 참기름과 들기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