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식물성 단백질 카테고리가 역사상 가장 호화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 많은 식재료 가운데 최근 식품기업들의 ‘원 픽’(One Pick)을 독차지한 식품으로는 병아리콩( chickpea,이집트콩)을 들 수 있다. 이미 미국의 친환경식품 유통체인 ‘홀푸드’(Whole Foods)는 ‘2021년 10대 식품 트렌드’로 병아리콩을 선정했으며, 이외 다른 시장조사업체들도 내년에 수요가 더욱 높아질 ‘기대주’로 언급하고 있다.
병아리콩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었다. 구굴 트렌드 분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병아리콩 검색량은 지난 2004년에 비해 4배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후에는 성장세가 남다르다. 이러한 트렌드는 스낵이나 케이크. 요거트 등의 디저트 시장으로 확산중이다.
1. 후무스 유행의 영향
병아리콩의 인기에는 중동의 대표음식인 후무스(Hummus) 영향이 컸다. 후무스는 으깬 병아리콩에 올리브오일과 각종 향신료를 섞어 만든 것으로,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저칼로리 디핑소스(dipping sauce)이다. 빵이나 당근, 셀러리등의 채소를 후무스에 찍어먹는 트렌드가 일면서 주 식재료인 병아리콩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2. 알레르기 적은 식재료
병아리콩은 ‘글루텐 프리’(Gluten free, 밀등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혼합물) 식품이기도 하다. 더욱이 밀이나 콩 등 다른 식물성 곡류보다 알레르기 반응이 덜하기 때문에 식품업계에서는 더욱 주목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알레르기 문제에 보다 민감하다.
3. 필수아미노산 함유한 ‘완전 단백질’, 면역력에 좋은 영양소
면역력에 도움되는 영양소도 풍부하다. 병아리콩은 아연이나 칼슘 및 비타민K의 훌륭한 공급원이다. 식물성 단백질도 다량 들어 있다. 중요한 것은 ‘다량 함유’라는 양적인 문제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인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식물성 단백질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하기에 ‘완전 단백질’이 아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완전단백질을 ‘적정한 양의 모든 필수아미노산을 가진 음식’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병아리콩은 피스타치오, 퀴노아, 대두등과 함께 몇 안되는 ‘완전 단백질’로 이름을 올렸다.
4. 계란 대신하는 비건 디저트 식재료로 주목
완두콩 단백질 역시 ‘완전 단백질’이지만 특유의 향이 강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극명한 식재료이다. 이는 식품기업의 개발 단계에서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반면 병아리콩은 향이나 맛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식재료들과 어울리기 쉽다.
또한 병아리콩은 각종 반죽에 들어가는 ‘아쿠아파바’(Aquafaba)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는 병아리콩이나 렌텔콩 등을 삶은 후 나오는 콩물을 말하며, 거품기로 5분 가량을 빠르게 휘저으면 액체가 크림처럼 변한다. 디저트를 만들 때 고체형태를 유지해 주는 달걀 흰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병아리콩은 비건 케이크나 비건 마요네즈 등에 사용할 수 있어 코로나19 확산후 인기인 ‘홈 베이커리’ 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비건 디저트로 병아리콩을 개발하는 업체도 주목받고 있다. 포브스 등 미국의 주요 매체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이노보프로’ (innovopro)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병아리콩에서 70% 단백질 농축을 추출하는 특허기술을 개발했다. 식품업체들의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내년에는 병아리콩 아이스크림, 병아리콩 푸딩, 병아리콩 시리얼, 병아리콩 두부, 병아리콩 파스타, 병아리콩 또띠야 등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신제품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병아리콩 단백질을 개발하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이노보프로’ (innovopro) [사진=이노보프로 홈페이지] |
5. 친환경 재료
친환경 재료라는 것도 코로나19가 확산된 시대에서는 큰 장점이다. 이노보프로 측은 “병아리콩 단백질의 1㎏ 생산에는 소고기 단백질보다 경작지가 163배, 물은 42배, 이산화탄소는 74배 더 적게 필요하다”며 “다른 식물성 식물에 비해 물 사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