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각에 울컥하는 날…‘사골’의 재발견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소 다리뼈를 고아 만드는 사골국은 정성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핏물을 뺀 사골을 큰 솥에다가 끓인 후 몇 차례 다시 물을 부어 뽀얀 국물을 뽑아낸다. 수시로 솥을 살피며 기름도 걷어줘야하고 무엇보다 들이는 시간이 짧잖아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좀체 시작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골국이다.

지인 중 한 명은 어릴적 집에서 사골을 고는 냄새가 나는 것이 “제일 두려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한번 사골을 고면 기본이 사흘, 길게는 일주일까지 삼시세끼 밥상을 지배했으니까. 김치며 깍두기며 냉장고에 늘상 있는 간단한 반찬만 곁들이면 되니 가끔은 엄마의 ‘귀차니즘’을 의심할 때도 있었다. 종일을 사골국을 우려내는 데 쏟아봐야 안다. 뽀얀 국물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손길과 시간이 필요한지.

가족의 건강을 위해, 몸을 보하는 보양식으로 우리네 어머니들이 끓여냈던 ‘사골’이 지난해 말부터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새로운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소나 닭의 뼈를 우린 뼈 국물(bone broth)이다. 어릴적 부엌서 종일 팔팔 끓던 뼈 국물을 컵에 담아 먹는 장면은 왠지 재밌고 낯설다.

어버이날 등 가정의 달을 맞이해 그리워지는 장면, 특히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면 가슴 뼈저리게 사무칠 장면. 그 속엔 사골국이 있다.

[사진출처=123rf]

▶그들이 ‘뼈 국물’에 열광하는 이유

시간이 돈이다. 느긋하게 뼈 국물을 우려낼 여유는 사치다. 그래서 최근의 웰빙 푸드 트렌드는 영양소를 가득담은 식품, 이른바 ‘슈퍼푸드’에 집중돼 왔다. 신선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 스무디가 대표적인 건강식으로 주목받았다. 그 와중에 불쑥,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야하는 ‘뼈 국물’이 부상했다. 간단하게 채소나 뼈를 우린 ‘육수(stock)’가 아니다. 말그대로 뼈가 안고 있는 영양을 알차게 담은 국물이 웰빙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왜?에 대한 답은 뼈 국물이 가진 효능에 있다.

뼈 국물은 위를 보호하는데 탁월하다. 특히 사골을 고았을 때 많이 나오는 그루텐이 위벽을 보호하기 때문에 평소에 위가 좋지 않은 이들이 먹으면 좋다. 또한 만성적인 설사나 변비 등 소화관련 질환을 완화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글루코사민 보조제를 먹으면 관절 통증에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뼈 국물 역시 다량의 글루코사민이 함유돼 있다. 단순히 관절통증 완화 뿐만이 아니라 관절, 뼈에 좋은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뼈 국물이 갖고 있는 콘드로이틴황산도 관절염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뼈 건강에 좋은 마그네슘, 칼슘도 풍부하다.

현대인의 질환 중 하나로 꼽히는 불면증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뼈 국물에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 글리신이 함유돼 있는데 최근 몇 연구에 따르면 이 글리신이 숙면을 취하게 하고 기억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몸 건강을 위해서 ‘뼈 국물’이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뼈 국물에 대한 사랑은 203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의 주 관심사는 바로 ‘젊음’, ‘미용’이다.

뼈 국물은 다량의 콜라겐을 함유하고 있다. 단백질의 일종인 콜라겐은 피부나 인대 등 섬유조직을 구성하는 중요 성분이다. 콜라겐 섭취를 많이 하면 피부 주름 생성이 더디게 진행되고 피부에 윤기를 더해 피부 나이를 개선할 수 있다. 탈모 증장을 완화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사진출처=123rf]

▶사골은 살이 찐다?

손이 많이 가서 쉽게 만들기 꺼려지는 것에 더해 사골을 포함한 뼈국물을 기피하게 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열량이 높아서 살이 찐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사골국의 열량은 저지방우유 수준으로 낮다는 것이 일련이 조사로 입증, 살찔 걱정없는 ‘웰빙 푸드’임이 다시금 밝혀졌다.

지난 2013년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사골국은 열량이 100ml당 약 50kcal수준으로 낮고 콜라겐과 콘드로이친황산 등 각종 무기물이 다량으로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골은 6시간씩 3회 정도 우려내 실온에 식히면 위에 지방이 뜨는데 이 때 사골국의 지방함량은 약 3 % 수준으로, 이를 식혀서 지방을 걷어내면 총 지방함량은 약 1%이하로 떨어진다.

사골이 가진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기 위해서는 6시간정도 끓이고 3번까지 우려먹는 것이 좋다. 사골을 4번 이상 끓일 경우 연골조직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콘드로이친황산과 칼슘함량이 급격히 감소한다. 또한 인 성분이 나와 칼슘성분 흡수에도 방해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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