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취향 100% 부응해야 그것이 파인다이닝”
-밀레니엄 서울힐튼 번하드 부츠 총주방장 인터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지난 4월 부임한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신임 총주방장 번하드 부츠(독일인ㆍ53ㆍBernhard Butz) 씨의 공식직함은 ‘The Dicrector of Culinary’다. 풀이하자면 주방의 총책임자가 되겠지만 흔히 총주방장에게 사용하는 ‘Executive Chef’와는 분명 다르다. “통상 식음부서에서 기획을 하고 셰프가 그에 맞게 메뉴를 만들어낸다면 저는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메뉴를 만듭니다. 메뉴에 맞는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제 몫이죠”
레스토랑의 콘셉트도 그의 머릿 속에서 나온다. 기존의 총주방장보다는 격상된 레벨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맞는 명칭은 없다.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신임 총주방장 번하드 부츠. 그는 100% 고객 취향에 맞춰 서비스 하는 것이 파인다이닝이라고 믿는다. 독일인인 그의 요리 철학은 올곧고, 편차가 없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최근 그는 부임 후 첫 작품으로 뉴요커를 열광시킨 크루아상 튀김 도넛을 새롭게 해석한 ‘남상츠’를 내놨다. 남상츠는 그에게 시작이다. 꾸준히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소개하겠다며 힐튼의 총주방장으로서 의욕적인 첫 발걸음을 내디딘 그를 만났다.
▶요리의 고장? 프랑스만 있는건 아니죠=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5개의 전문 레스토랑, 영국식 펍 그리고 베이커리 등 다양한 장르의 레스토랑을 총괄하고 있는 그의 요리생활 시작은 디저트를 만드는 ‘파티쉐’였다. 15살, 제빵길을 걷기 시작했던 그는 고급디저트, 새로운 스타일의 디저트 개발에 대한 꿈을 안고 파티쉐로 전향했다고 했다. 고급 레스토랑, 디저트에 대해 논할때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도를 떠올리게 마련이니 ‘독일인’인 그에게 독일의 빵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도 베이커리가 유명합니다. 독일빵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아요. 그런데 프랑스 빵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게트 정도지 않나요? 디저트도 그래요, 프랑스의 에클레어나 마카롱은 섬세하지만 단맛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그는 지금의 유럽사람들은 새로운 맛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도 그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다 똑같은 빵과 디저트 대신에 새로운 것을 찾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초콜릿도 벨기에, 아이스크림도 이탈리아가 가장 강해요. 그 외에도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영국, 스페인 등도 특색있는 요리와 베이커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호텔 총주방장은 프렌치, 일식, 베이커리 등 다양한 요리를 아울러야 한다. 그런데 주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빵과 디저트를 배운 그가 호텔의 총주방장이 된 것은 갓 40대 문턱을 넘었을 때였다. 물론 모든 요리를 다 잘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그를 일찍이 총주방장에 자리에 올린 것은 30대 초부터 그가 쌓아온 탄탄한 ‘주방 경험’의 덕이 컸다. “파인다이닝에서 요리의 아주 기초부터 시작해 실력을 쌓았어요. 30대 초부터는 콜드 키친에도 가고 디저트도 만들고 프렌치 등 다양한 요리를 경험해왔죠.”
다만 총주방장으로서 고객의 수요를 읽고 제대로된 요리를 내고 레스토랑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모든 요리를 숙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세계를 여행하면서 그 요리에 대한 이해와 요리법, 외관, 그리고 해당 요리의 본래의 맛을 잘 알고 익혔기 때문에 호텔에 근무하고 있는 전문 조리사들이 올바르게 해당 요리의 맛을 구현하고 지도할 수 있어요. 제 역할은 우리 조리사들이 보다 최상급 요리를 그에 걸맞는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지휘하는 것입니다.”
밀레니엄 서울힐튼에 둥지를 틀기 전 번하드 부츠 씨는 베이징 샹그리라 호텔의 총주방장으로 일했다. 당시 그는 2008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개회식 공식 케이터링을 총괄했다. ‘쉽지 않았지만 멋진 경험’. 그가 떠올린 당시의 소회다. “정부의 공식 행사를 담당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보안상의 문제 때문에 여러 가지 제약도 있었죠.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다른 몇가지 대안들로 결국 성공적으로 끝마쳤습니다. 고객들이 좋아한 즉석 코너를 구비해 약간은 해비한 칵테일을 제공했어요.”
▶파인다이닝의 60%는 서비스입니다=한국에 들어온 지 2개월 남짓 됐지만 부츠 총주방장은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3년간 한국생활을 했었다. 그가 한국을 떠났던 10여년의 기간동안 국내 외식문화는 빠르게 변했다. 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파인다이닝(fine diningㆍ고급 정찬)’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고객들의 옵션은 더욱 다양해졌다. 굳이 호텔을 가지 않아도 좋은 식재를 사용한 고급메뉴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많다(물론 가격이 호텔 레스토랑보다 싸다고는 할 수 없다).
‘파인다이닝’의 대표격인 호텔 레스토랑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파인다이닝을 “퍼스널라이징(personalizingㆍ개인맞춤형)한 서비스가 제공돼야한다”며 엄격한 잣대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이날 런치타임에도 그는 10가지 가량의 퍼스널라이징된 메뉴를 제공했다. 고기의 익힘 정도부터 사용되는 재료, 맛의 차이까지 고객이 원하는, 고객의 취향에 100% 부응하는 메뉴를 제공하는 것이 파인다이닝의 역할이란다.
좋은 식재로 만든 완벽한 음식이 파인다이닝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40%라 했다. 나머지 60%는 분위기와 서비스다. “프렌치 푸드와 프렌치 다이닝은 다릅니다. 프렌치 음식이 대중화됐지만 주문과 동시에 최상의 재료로 최고의 맛을 제공하는 다이닝은 많지 않습니다. 파인다이닝의 결정적인 요소는 소비자 개개인이 원하는 메뉴를 제공할 수 있는 융통성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파악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두달은 부족하다. “2000년에 올때만 해도 이태원에는 외국인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다양한 레스토랑들이 생기고 사람들이 북적이더라고요. 이태원이든 압구정이든 틈새를 노려 생겨나고 있는 작은 레스토랑들에 관심이 많아요. 아이디어만 있으면 그들은 살
아남거든요.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서 많은 경험을 하려고 해요.”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의 목표는 물론 밀레니엄 서울힐튼이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그의 역할은 레스토랑에 국한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호텔의 객실운영에 ‘레스토랑’의 이미지는 결정적이다. “돈을 많이 내고 레스토랑에 온 사람들은 높은 퀄리티의 서비스와 음식을 원합니다. 식음이 좋지 않으면 호텔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요. 힐튼 음식이 맛있고 서비스가 좋으니까 힐튼으로 가자는 이들이 많아지도록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