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몸보신의 최고봉 ‘토종닭’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치느님이 우리를 이롭게 하리라’.

식도락에 바이블이 있다면 꼭 들어가야 할 것이 ‘닭’에 대한 구절이 아닐까. 친구, 회사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이같은‘치킨’에 대한 농담같은 찬양들이 흘러나올 때면 닭으로 우리가 하나임을 새삼 느낀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 튀김의 ‘마력’을 응용해보자면, 닭은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는 음식’ 정도로 표현이 되겠다. 물론 튀겨서 먹는 치킨은 말할 것도 없다. 각종 약재와 찹쌀을 두둑하게 넣어 끓여낸 삼계탕과 젓가락만 툭 가져다대도 살이 흐드러지게 퍼지는 백숙, 맵고 단 양념이 배어 한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닭갈비까지 닭의 변신은 무한하고 하나같이 ‘맛있다’. 게다가 단백질과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고 ‘허한 몸을 보하는데 좋다’ 해서 보양식으로도 손색없으니 아무리봐도 닭을 애정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힘들다.

우현모 주방장과 토종닭

▶토종닭의 재발견=사람들이 닭 요리를 즐기는 데는 비단 닭이 맛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닭은 다른 육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데다 요리법도 다양해 육류 중에서도 가장 대중화돼있는 식재 중 하나다.

닭의 가격이 대중화된 것은 개량종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앞마당에서 몇 마리씩 키우던 닭들을 대형 양계장에서 사육되기 시작하면서다. 그리고 그 사이 통칭 ‘토종닭’이라 부르는 우리나라 재래 토종닭들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서양의 개량종에 비해 경제적 가치가 열등하다는 것이 그 원인이다. 

토종닭을 다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인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높아지고,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재래 토종닭의 수요가 점차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서울 웨스틴조선 뷔페레스토랑 아리아 우현모 주방장은 여름을 앞두고 보양식 재료로 우리나라 순수 재래 토종인 ‘청리 토종닭’을 찾아나섰다. 우 주방장은 “토종닭은 뭉근히 끓여서 소금에 찍어먹으면 단백하고 고소한 맛이 개량종과 비교해 월등하다”며 “우리가 원래 갖고 있었던 소중한 자원을 다시 살리면서도 후라이드 치킨에 익숙한 식문화에 토종닭이 가진 맛과 식감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순수 재래 토종, 청리 토종닭을 찾아서=우 주방장이 청리 토종닭을 찾아간 곳은 경기도 이천의 한 양계장이다. 우 주방장은 “어릴적에 시골에 가면 닭들이 있는데 그들이 다 토종닭이다”며 “사이즈도 크지 않고 노랗고 알도 조그만했던 기억이 그곳에서 다시 떠오르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청리 토종닭은 털색이 일정치 않고 부리와 다리가 노란색인 수입계와 달리 털이 회갈색을 띠고 부리와 다리는 진녹색이며 체구는 작은편이다. 회갈색의 흑조를 가진 종은 우리나라 재래 토종닭이 갖는 독특한 유전적 털색이라는 것이 우 주방장의 설명이다. 

멸종 위기를 맞았던 청리 토종닭의 부활은 농촌진흥청과 영남대 농축산대학이 그간 일부 보존돼온 토종닭을 전국에서 수집, 유전자분석을 통해 복원한 결과물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재래 토종닭을 사육했던 곳이 경북 상주춘 청리면 수상리라 해서 ‘청리 토종닭’이란 이름이 붙었다. 

청리 토종닭은 시중이 유통되고 있는 닭고기와 비교했을 때 영양적 효능면에서도 월등하다. 토종닭은 동물성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고 단백질 함량도 일반 닭과 비교해 높다. 보수력이 좋아 저장성이 좋고 콜라겐 함량도 많아 맛 뿐만이 아니라 피부 미용에도 도움을 준다. 육조직이 단단해 쫄깃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데 일반 닭에 익숙하다면 다소 질기다고 느낄 수 있다. 씹는 동안 감칠맛이 우러나오는 것도 특징이다. 거기에다가 닭고기 특유의 닭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 닭고기에 거부감없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청리 토종닭이 낳은 계란도 눈여겨볼만 하다. 청리 토종닭에서 생산되는 청리 토종란은 무공해 토종 유정란이다. 연한 살색을 띠고 크기는 일반 수입계 계란해 비해 작다. 하지만 탄력이 좋고 고소한데다 계란이 갖고 있는 특유의 비린내가 거의 없다. 우 주방장은 “(청리 토종란은)비린내가 거의 없고 맛이 좋아 그대로 삶아내 조식 뷔페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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