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의 진주, 칡…갱년기 여성에 안성맞춤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예전 인디언들은 전쟁을 할 때 적들에게 치명상을 입히기 위해 화살촉에 독을 발랐다고 한다. 독화살에 맞아 고열에 시달리고 사경을 헤매게 되면 그 독을 해독하기 위해 다려먹는 식물 뿌리가 있었다. 이 식물 뿌리는 바로 ‘칡’이다.

칡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야산이나 들에서 만나볼 수 있는 덩굴성 식물이다. 고도가 높지 않고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는 칡은 가뭄이 강해 세 끼 식사 말고는 먹을 것이 없던 어려운 시절 사람들에게 훌륭한 간식거리가 되었다. 예전에는 주로 칡의 뿌리를 생으로 섭취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가공방법이 개발되어 즙을 내어 약으로 먹거나 빙수, 밥, 냉면 등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칡은 숙취 제거, 혈관 기능 개선, 항산화 작용 등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칡에 다량 함유된 카테킨은 체내의 알코올 분해효소를 활성화하여 간의 해독 작용과 혈관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 또한 칡의 폴리페놀 성분은 항산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피부 노화를 예방하고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칡의 대표적인 특징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다량함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칡은 1kg당 6.3g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풍부하게 함유한 것으로 알려진 석류보다 약 600배 정도 많은 양이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신체에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배란에 관여하는 등 여성의 생식주기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여성의 에스트로겐 분비량은 50세가 넘어가면서 급격히 저하되는데, 이 시기를 ‘갱년기’라고 부른다. 갱년기에는 요통, 관절통, 불면증, 우울감 등 복합적인 증상이 발생해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갱년기 장애’가 함께 올 수 있으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식품 등을 통해 에스트로겐을 보충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칡이다. 칡에 함유된 식물성 에스트로겐과 체내의 에스트로겐은 별다른 차이가 없으므로 차나 즙으로 칡을 꾸준히 섭취하면 갱년기 장애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칡은 전체적으로 갈색의 털이 풍부하고 집었을 때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이 좋다. 구매 후에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털을 제거하고 햇빛에 말리면 즙이나 가루 등으로 가공하기에 알맞은 상태가 된다. 건조된 칡을 바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통째로 신문지에 싸서 통풍이 잘되는 그늘진 곳에 보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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