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식량, 곤충 “잡지 마세요, 건강에 양보하세요”

[헤럴드경제=중국(베이징) 박혜림 기자] 긴 꼬치에 주렁주렁 매달려 네 쌍의 다리를 아등바등 움직이는 전갈의 모습, 상상이 되시나요? 얼마 전 중국 베이징의 한 야시장에 다녀온 기자는 끓는 기름에 입수될 때만을 기다리는 전갈 꼬치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요. 번데기조차 먹지 못하는 기자의 ‘지나치게 연약한 비위’로는 차마 야시장의 식용 곤충들을 쳐다 볼 엄두가 나지 않아 빠른 걸음으로 시장을 빠져나온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겐 ‘혐오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 식용곤충이 최근 몇 년 새 미래 식량으로 급부상했단 사실, 아시나요?

[사진=게티이미지]

지난 2010년 네덜란드의 곤충학자 마르셀 디케 와게닝겐대학 교수는 ‘TED 강연’에서 “곤충이 미래의 식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2012년 로마에서 열린 총회를 통해 미래 식량으로 곤충을 선정하며 식용 곤충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실제로 먹는 사람이 있겠어?’라고 반문하실지도 모르지만, 사실 식용 곤충은 공공연하게 소비되고 있는 엄연한 식재료입니다. FAO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밑도는 20억명이 1900여종의 곤충을 섭취하고 있고, 세계 곤충시장 규모도 2007년 기준 11조원에 달합니다. 메뚜기, 번데기 등 ‘비교적 친숙한’ 곤충부터 나방, 파리, 모기 등 깜짝 놀랄 만한 곤충까지, 곤충의 종류도 다종다양합니다.

또 요즘에는 곤충 그대로를 섭취하기 보단 시각적인 혐오감,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추출ㆍ농축ㆍ분말 등으로 가공하는 연구도 활발한데요. 국내 식용곤충연구소(KEIL)에선 식용곤충성분의 액상 단백질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영양가도 높습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갈색거저리유충(고소애)’의 건조분말의 경우 단백질 45~57%, 지방 25~34%, 탄수화물 8~11%이 함유돼 있고, 특히 지방은 75%가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단백질 함량만 놓고 봐도 쇠고기 100g에 27.4g의 단백질이 들어있는 반면, 곤충에는 28.2g이 함유돼 있어 더욱 풍부합니다.

또 ‘가성비’도 훌륭한데요. 곤충이 1㎏의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 4㎏의 먹이를 필요로 한다면, 가축은 같은 양의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54㎏의 먹이가 필요합니다. 미래의 식량난을 해결할 차세대 해결사로 급부상한 이유도 여기에 있죠.

이런 장점 때문에 미국은 일찌감치 식용 곤충 연구ㆍ개발에 뛰어들어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32개 식용곤충식품 제조회사가 다양한 형태의 식용 곤충 식품을 개발 중입니다. 우리나라도 식용 곤충 시장의 성장가능성에 주목해 2010년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곤충산업법)’을 제정하는 등 여러 각도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곤충은 식재료 뿐 아니라 화장품, 의약품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흰점박이꽃무지유충 추출물로 항진균 유도체를 연구 중이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무당벌레에서 나온 추출물로 항염 물질을 찾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곤충의 피부 재생과 항염 기능이 우리 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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