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감초’ 못잖은 허브의 쓰임새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몇 년 사이 친숙해졌지만, 아직도 ‘허브’라고 하면 이국적인 식재료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향이 나고, 인체에 약용 효과가 있는 풀이면 모두 허브에 속한다. 인삼이나 생강도 넓은 의미에서는 허브다.

허브는 고대에서는 약 대신 쓰였고, 향 마사지나 향 목욕 등 사치품으로도 쓰였다. 현재까지도 건강을 위한 약용이나 향신료, 관상용, 미용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허브의 종류는 2500종 이상인데,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허브는 1000여종에 달한다.


허브는 단순히 향을 맡는 것 만으로도 기분 전환 효과가 있다. 이를 음식에 더하면 소량만 썼는데도 놀랄만큼 풍미가 달라진다. 향만 좋은게 아니라 파릇파릇한 잎의 모양과 색이 어우러져 음식을 더 맛있게 보이게 한다. 그 향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차는 간편하게 허브의 효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차와 향신료, 대표적인 쓰임새에 따른 주요 허브들의 효과를 살펴봤다.

▶자연에서 찾은 건강음료, 허브차 = 허브를 말려 우려낸 허브차는 식물에 포함된 유효성분을 따뜻한 물과 함께 섭취할 수 있는 건강음료다. 허브차는 은은한 향 만으로도 심신을 안정시켜주고, 허브의 종류에 따라 활력을 주거나 통증을 가라앉혀준다.

거의 모든 허브는 차로 이용할 수 있는다. 한 종류의 허브로만 차를 마실 수도 있고, 여러 종류를 섞어서 맛을 낼 수도 있다. 생 잎을 우려내기도 하고, 말린 허브를 끓여 마실 수도 있다. 기호에 따라 꿀이나 레몬 등을 넣어 마시거나 차갑게 마시기도 한다.

자스민(jasmine)은 꽃 잎을 차 위에 얹어서 향을 더하는 차를 주로 자스민차라 한다. 말린 꽃을 차잎과 함께 우려내기도 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꽃을 눈 세척제로 사용하기도 하고, 잎과 뿌리는 해열제나 화상치료에 이용하기도 했다. 자스민차는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로즈힙(rosehip)은 들장미 열매의 껍질을 건조시킨 것이다. 비타민C가 레몬의 20~60배에 달할 정도로 풍부하다고 알려져있다. 비타민C가 많다 보니 피부결을 환하고 부드럽게 개선시키는데 효과가 있고, 다이어트와 변비 등에도 좋다. 어린이 성장 발육, 이뇨 작용을 돕고 두통, 복통, 현기증 등을 완화시키기도 한다.

보라색 꽃이 특징인 라벤더(lavender)는 신경을 안정시켜 두통이나 스트레스 해소 등에 도움이 된다. 살균, 소독, 방충 등에도 효과가 있다. 특히 라벤더는 천연 신경안정제, 천연 수면제라 할 만 하다.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혈압과 심박수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어 숙면에 도움을 준다.

페퍼민트(peppermint)는 여러 나라에서 약초로 쓰였던 허브로, 입 안이 개운해지는 상쾌한 맛과 향이 특징이다. 항균과 살균, 소화 촉진 등의 효과가 있다 두통이나 신경통, 치통 등 각종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미용 목적으로도 많이 쓰이는데, 피부염을 가라앉히고 모공을 수축시키는 효과가 있어 화장수로 많이 쓰인다.

카모마일(chamomile)은 흰 꽃잎을 가진 작은 꽃인데, 우려내면 사과 향이 난다. 피로 회복과 불면증 등에 좋다. 서양에서는 불면증으로 고생하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습관적으로 카모마일을 찾는다. 감기 초기에 카모마일 삶은 즙을 마시고 땀을 내면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있다. 카모마일 향은 정신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에도 좋다.

▶보는 멋, 감칠맛 더해주는 향신료 = 요리에 허브를 조금만 더하면 투박한 ‘집밥’이 고급스런 ‘요리’가 된다. 초록빛 잎사귀의 색은 음식에 포인트를 주면서 향이나 맛을 놀랍도록 끓어올려준다. 특히 드레싱이나 소스에 허브를 더하면 뭔가 부족한 맛을 꽉 채워준다. 허브의 향 덕분에 생선 비린내가 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요리와 허브의 궁합을 잘 모르겠다면 그냥 허브 잎 몇 장을 떼어다 요리를 장식하기만 해도 뭔가 ‘있어’ 보인다.

로즈마리(rosemary)는 웬만한 꽃보다 진한 향과 달리 강한 살균력이 있어, 살충제로도 많이 쓰였던 허브다. 로즈마리는 맛과 향이 강해 너무 많이 넣으면 자칫 전체 요리의 균형을 깰 수 있다. 신선한 잎과 잔가지를 고기 밑에 깔거나 닭, 생선 속에 넣으면 잡내를 제거해준다.

타임(thyme)은 식욕을 증진시키고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해, 향신료로 쓰기에는 제격이다. 강한 방부효과도 있어 음식이 쉽게 상하는 것을 막는다. 특히 육류, 치즈와 잘 어울리는데, 버터와 함께 사용하면 풍미가 좋아진다. 버터에 타임을 잘게 썰어 넣어 빵에 발라 먹기만 해도 식욕을 돋구는 훌륭한 간식이 된다.

딜(dill)은 깃털처럼 가늘고 섬세한 잎이 특징이다. 딜 잎을 잘게 썰어서 손질한 생선에 뿌려두면 비린내를 제거해, 특히 신선한 연어요리에 많이 쓰인다. 요구르트 소스에 잘게 썬 딜 잎을 넣고 섞어주면 초록색 잎과 어우러진 소스가 요리를 더 맛있게 느끼게 해준다. 위를 튼튼하게 해 소화력을 향상시키고 위장 장애로 인한 구취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다.

오레가노(oregano)는 토마토와 특히 잘 어울려, 이탈리아 요리에서 많이 쓰이는 허브다. 잘게 썬 오레가노를 토마토 소스에 넣으면 그 향이 더 풍부해진다. 말린 오레가노를 후추처럼 각종 요리에 뿌리기도 한다. 멕시코 요리에서도 많이 쓰이는데, 특히 칠리와 어우러지면 매콤하면서도 풍부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차이브(chive)는 언뜻 보면 부추와 비슷하다. 파와 같은 과의 채소이고, 양파향 비슷한 향이 난다. 양파나 파가 각종 요리에 두루 쓰이는 것처럼 차이브도 생선이나 육류 요리에 다양하게 쓰인다. 잘게 다진 차이브를 크림치즈에 넣으면 각종 크래커나 야채를 찍어먹는 소스로 활용할 수도 있다.

코리안더(corianderㆍ고수)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허브도 없을 것이다. 중국부터 동남아시아, 남미, 유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라에서 두루 쓰인다. 우리에게는 베트남이나 태국의 쌀국수에 빠지지 않는 풀로 잘 알려져있다. 청량하면서도 강한 향을 내는데, 사람에 따라 미묘하게 다르게 느껴지는 이 향이 매력이다. 이 향이 부담스러워서 코리안더를 손 못대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 번 그 매력에 빠지면 음식을 먹는 중간에 입맛을 돋구기 위해 생으로 고수잎을 씹어 먹을 정도다. 샐러드나 생선, 고기요리 등에 다양하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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